하나님은 저에게 동산의료원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곳에서 사역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동산의료원의 원목실 목사로 사역
하면서 제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이 있다면 매일 아침 전 교직원이 근무를 시작하면서 드리는 예배였습니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몸부림 쳤던 시간들, 주옥같은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이 뜨거웠던 시간들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5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야곱이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 집에서 머슴같이 살았지만 7년을 수일처럼 여겼다는 말씀이 공감되었습
니다.
제가 원목으로 한 일은 그저 병실을 왔다 갔다 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25년 동안 원목으로 사역했으니 원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으신다면 저는 원목은 병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환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 때까지 환자와 그의 가족들 사이를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것이 원목 사역의 핵심이라고 생각하
기 때문입니다.
임상목회교육(Clinical Pastoral Education)을 공부하면서 원목이 환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돌봄(Care)인데, 원목의 돌봄 사역은 지극히 작지만 그곳에 하나님의 은총이 임할 때 치유(Cure)의 역사가 일어나게 되고 환자는 하나님의 치유하심의 수혜자가 되고, 원목은 하나님의 치유하심의 증인으로 기뻐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원목인 저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정립할 수 가 있었습니다.
동산의료원 원목실장으로서 25년 동안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는 과분한 영광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116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독교 병원, 기라성 같은 신앙의 선배들의 열정과 헌신이 녹아있는 신앙 공동체에서 영적인 책임을 맡은 자로서 사역한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설렘이었고, 때로는 무거운 짐이었고, 때로는 기쁨이
었고,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처음 사역을 시작하면서 마포화열 선교사님께 부임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였습니다. 45년 동안 동산병원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시고 명예원장으로 마지막 봉사하시던 그분을 뵈었을 때 저에게 하신 첫 말씀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목사님! 동산병원의 우선 순위 첫번째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하실 때 제가 잠시 멈칫하고 있을 때 그분은 주저하지 않고 “동산병원의 우선순위 첫 번째는 복음전파, 영혼구원입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저의 귀에는 그분의 말씀이 천둥소리처럼 들려졌습니다.
마펫 선교사님이 저에게 말씀하신 의도는 동산병원의 우선순위를 저를 통해서 계속해서 전해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저 또한 빚진 자의 마음으로 전하였고, 계속해서 전해지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동산의료원에서 환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며 섬긴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질병의 위기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게 저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해 왔습니다. 주님 안에서 소망과 꿈을 가지라고 설교했고,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로 병과 맞서라고 권면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동산병원을 거쳐 간 수많은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전달된 말씀이 얼마나 복음의 열매로 결실할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저는 은퇴 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선교사로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은 저에게는 즐거움이었고, 축복이 었습니다.
비록 동산의료원을 떠나지만 마음은 언제나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사랑
합니다.
장황호 원목실장